4. 초보 창업가에게 난관인 법인계좌 개설하기
사업자등록증까지 발급받았다면 이제 정식으로 사업을 시작할 차례입니다. 여기에서 저같은 경우는 법인계좌 개설이 가장 난관이었습니다. 저는 예비창업패키지에 선정되었기 때문에 결론적으로는 아주 수월하게 끝날 수 있었습니다만, 자본금이 적거나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대표님의 경우는 법인계좌 만들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오늘은 관련 팁들을 제공해드리고자 합니다!
0. 법인 설립준비물!
1. 온라인법인설립신청하기
2. 법인설립완료 후, 사업자등록 전까지 (20일 이내)
3. 사업자등록증, 이게 있어야 진짜 사업
4. 초보 창업가에게 난관인 법인계좌 개설하기
5. 4대보험 관련
6. 기타 여기저기 가입할 것들
7. 예비/초기 지원사업들

법인 설립 전에 최대한 많이 준비한다고 했는데, 이건 미처 몰랐습니다. 은행에 가서 사업자등록증을 들이민다고 계좌 개설을 다 해주지 않는다는 것을요!
사유는 이렇습니다. 계좌발급에 관한 규제가 있다는 겁니다. 그것 불법적인 사업을 하는 법인들 때문인데요. 가령 인터넷 도박사이트 같은 것을 운영하는 법인들 때문입니다. 또는 사업하겠다고 신고한 그 일이 아닌 실제로는 다른 이상한 짓들을 하는 회사들 때문인데요.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개인사업자와 법인사업자는 많은 것이 다르고, 법인은 법적인 제도 하에 합법적으로 돈을 쓰고 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정말 적합한 법인에게 계좌를 개설해주도록 규제가 생긴 것입니다. 그 규제는 계좌를 발급해준 은행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고, 은행은 이른바 "사고"가 터지지 않도록 법인계좌 발급에 신중한 것입니다. 그래서 은행이 요구하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적절한 자본금
- 적절한 사무실
- 근로자 (4대보험 가입으로 확인 가능해야 함)
- 매출
그런데 이건 정말 스타트업을 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모를 책상행정의 결과입니다! 제가 왠만하면 배우는 셈 치고 틀려도 그러려니 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은행계좌 개설하다가 뒷목 잡았습니다. 하나씩 따져보자면,
- 자본금: 투자자들이 출자한 자본금이 있어도 법인 계좌가 있어야 받아옵니다. 그렇지 않으면 법인 설립 과정에서 대표자가 모은 자본금을 대표자 통장에 계속 들어 있어야 되는 것입니다. 물론 대표자 통장에서 돈을 쓰더라도 나중에 회계처리는 할 수 있습니다만, 복잡하고 번거롭게 됩니다.
- 사무실: 첫 번째 글에서 잠시 언급은 드렸는데, 비상주사무실(공유오피스)에서 창업을 하면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합니다. 이게 은행마음대로인데, 즉 "사고"가 터지지 않도록 아주 보수적으로 나오는 겁니다. 그런 보수적인 기준 때문에
- 근로자: 4대보험 지급 대상자 목록을 제출하라고 하는데, 4대보험을 주려면 "사업장 개설"을 해야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법인 공용인증서"가 있어야 하는데, 법인 공용인증서를 발급하기 위해서는 "은행 계좌"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은행에서 계좌 발급을 안 해주니 근로자에게 4대보험 지급도 못 해주는게 되는 것이고요. (혹시 계좌 없이 4대보험 지급가능한가 다른 방법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정말 많이 찾아봤는데 못 찾았습니다.)
- 매출: 은행 계좌가 없으면 결국 매출이 발생하더라도 카드나 세금계산서가 아닌 현금으로 받아야 합니다. 이것도 참 억지스럽습니다.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를 요구사항들을 듣고는 마음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현장조사"를 받으라고 하네요. 현장조사에서 오피스다운 오피스에서 직원이 있고 매출 실적(적어도 계약서라도!)을 보여주면 계좌를 개설해줍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개설해준다는 계좌가 심지어 "한도계좌"더라고요. 돈을 자유롭게 받아올 수는 있지만, 출금은 하루에 100만원 밖에 안 되는 계좌라고 합니다. 한도를 풀기 위해서는 몇 달 사업을 하면서 매출이 어느 정도 발생하고, 4대보험 지급하는 직원도 있어야 된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정말 법인 할만한 사람, 제대로 준비된 사람만 하라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그게 맞을 수도 있겠습니다. 저처럼 1인 법인창업을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을진 모르겠습니다만, 개인사업도 할 수 있는 거니까요. 하지만 법인 형태로 운영하지 않을 이유도 없고, 실제 1인 법인도 많이 있습니다. 다른 분들은 계좌개설 어떻게 하셨나 모르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 참 너무하다.." 그러고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해는 되지만 납득하긴 어려웠습니다. 마치 저를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거나 제대로 된 사업을 하지 않는 사람처럼 여기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여하튼, 당장 매출이 발생할 상황이어서 계약서를 준비했고, 공유오피스지만 제 자리에 명패라도 붙여놨고, 곧 직원이 될 사람도 앉혀놨습니다. 준비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그리고 현장조사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바로 "예비창업패키지!" 선정이 되어서, 선정 되었다는 것도 증빙으로 제출했습니다. 사실, 같은 날 창업공간 지원사업도 최종 선정 통보를 받았기 때문에 "오피스도 옮길 것이다"까지도 증빙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한도계좌" 밖에 발급하지 못한다고 들었습니다.
하루이틀 뒤, 드디어 계좌발급을 받으러 은행에 방문하는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예비창업패키지"에서 계좌개설을 하라는 안내장을 오전에 받고 내용을 보니 다른 은행에서 "사업용 계좌"를 발급받으라는 겁니다. 아, 여기서 알아두셔야 할 것이, 만약 개인개좌를 발급받은 이력이 있으면 30일 내에 법인계좌(대표명의)를 발급받지 못한다고 합니다. 법인계좌끼리도 그런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한도계좌보다 사업용계좌 발급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다른 은행에 먼저 들렀습니다. 법인 관련 증빙 서류들을 다 내고 사업용 계좌를 신청했더니, "어머 예비창업패키지 선정되신 대표님이시네요. 다른 통장 안 필요하시죠? 제가 하나 더 만들어드릴게요." 심지어 한도가 없는 일반 계좌였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정식 회사 통장이 생겼고, 그 통장에 연결된 카드도 2개나 만들었습니다! 자본금이 낮아서 신용카드는 안 만들어주고 체크카드를 만들어줬네요.
헐.. 이렇게 쉬운 일이었다니.. 헌데 알고 보니 은행 직원들은 자기가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기 싫어서 계좌 발급에 까다롭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계좌개설 거절, 한도계좌 개설, 일반계좌 개설은 모두 직원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었습니다.. 저는 몇 군데 은행을 가서 계좌개설을 시도했었습니다. 지금까지 계좌개설을 거절하고 다른 은행에 가보라는 직원들, 까다로운 현장실사를 통해 한도계좌를 만들어주겠다는 직원들에 대한 울분이 솟아오르더라고요.. 창업 장려를 위해서 제도적으로도 이에 대한 좋은 장치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3주 정도 걸린 계좌 발급 이벤트는 결국 이렇게 쉽게 끝이 났습니다. 현장실사를 하고 한도계좌를 만들어주겠다는 직원한테는 "있다가 갑니다~"라고 말해놓고는 결국 그 은행에는 갈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배운 것들이 있습니다. 팁을 공유드립니다!
- 1인창업, 작은자본금, 공유오피스 창업자는 계좌개설 무지 힘든 것 같습니다!
- 그렇더라도 돌아다니다 보면 최소한 "한도계좌"를 만들어주겠다는 곳을 찾을 수는 있을 것입니다. (좋은 직원 만나면..)
- 개인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은행에 가는 것이 조금 더 유리하다고 합니다. 개인의 은행 이용 실적이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은행에서는 거절이 아닌 현장실사&한도계좌를 해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주택담보대출, 통장잔고 이런거 다 확인하고는 그마저도 쉽게 안 해줬습니다. 만약 빚도 없고 개인 통장에 잔고가 많으신 분이라면 좀 수월하게 해주려나요!)
- 아무리 예비창업패키지라고 하더라도 은행 직원이 이게 뭔지 모르면 저처럼 "다른 통장 필요하시죠? 제가 하나 더 만들어드릴게요."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미리 해당 은행에 전화해서 예비창업패키지에 대해 잘 아는지, 다른 통장 만들어주는지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 계좌 개설 문제가 있는 분은 일단은 한도계좌라도 어떻게든 만들고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조만간 한도를 푸실 수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관련 법규가 바뀐다는 소리가 있긴 한데, 언제 바뀔지는 모르겠습니다. 창업가분들 화이팅입니다!